2008/08/09 10:13
| TV피플낙서
두 번째 이야기 "아가야, 청산가자"
- "구전되는 카니발리즘에 대한 공포" 현대적인 메세지를 담아내기엔 부족하다
방영일 2008.8.7
연 출 이민홍
극 본 박영숙
출 연 윤씨 (왕희지) 김씨,원귀 (고정민) 당골네 (조은숙) 천수 (안석환)
행랑어멈 (조양자) 한진사 (박형재) 연화 (김소현,아역)
간단 시놉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게 된 한진사댁 외동딸 연화, 백방이 소용없자 한진사의 부인 윤씨는 영험한 무당 당골네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탐욕스럽고 사특한 무당 당골네는 살아있는 아기의 생간을 먹여야만 딸을 살릴 수 있다고 말하는데…
예전 미디어가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엔 구전 되어오는 이야기들에서 오는 내제된 공포가 존재했었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 속의 귀신이나 구미호 등에 관한 공포스러운 이야기는 물론 식인을 바탕으로 한 카니발리즘에 대한 공포 역시도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시책으로 나환자들을 위한 집성촌이 생기기 이전에는 사실도 확인되지 않은 '나병을 고치는데 사람의 간이 좋다' 는 소문이 돌면서 어린아이들의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은 어딘가에 있을 지도 모르는 나병환자들이었다. 또 옛날 이야기들 중에는 먹을 것이 없던 시절 몸이 아픈 부모나 자식을 위해서 자신의 살점을 떼어 고기를 만들어 먹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전의 전설의 고향은 이러한 카니발리즘을 바탕으로 한 공포를 경험한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구전 되는 이야기 속에서 내제된 공포를 끌어 냈기에 가장 무서운 이야기라고 기억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의 전설의 고향은 " 이 이야기는 어느어느 동네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로..."라고 전해지는 지역까지 알려주는 친절함을 보여주면서 이러한 공포를 끌어내는 것을 극대화 해 왔었다.
전일 방영된 구미호 편을 예전과 다르다 라고 본 이들은 전설의 고향 "아가야 청산가자" 편에서 더욱 공포스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세대들로 하여금 기억 속에 내제 되어 있었던 공포를 끌어내는 에피소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극중 윤씨는 자신의 딸에게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 먹이기도 하고, 욕심에 눈 먼 무당 당골네의 말에 따라 돈을 주고 약으로 쓰기 위해서 살아 있는 아이를 죽이게 된다. 앞에서 이야기 한 두 가지의 카니발리즘의 형태를 모두 표현해 냈기 때문에 은연중에 느끼는 공포가 컸을 것이다. 귀신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공포를 느끼게 되는 내제된 기억이 더욱 크기도 하니 말이다. 긴머리와 소복, 안개와 푸르스름한 조명 만으로도 느꼈던 귀신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감각은 전세계의 귀신과 요괴를 모두 볼 수 있게 만든 미디어의 발전에 의해서 무뎌졌다. 청산가자는 이 공포를 다시 끌어내려는 시도를 했던 듯 하다.
그러면서 극중에선 그 공포를 만들어낸 사건의 원인을 아이에 대한 절절한 모정이라고 이야기 하는 듯했지만 재물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서슴치 않는 무당 당골네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인간의 욕심이 불러낸 비극적인 사건 정도로 보여주려고 했던 듯 하다. 슬프지만 감동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원귀와 윤씨의 연화를 가운데 두고 싸움을 할 때, 마치 솔로몬의 재판에서 처럼 연화를 더욱 사랑하는 윤씨가 다음 생에서도 자신의 딸로 태어나 줄 것을 당부하며 아이를 포기하고 자신도 따라 목숨을 끊으며 마무리를 했다. 이러한 결말이 불편하고 안쓰러웠던 이유는 전통적일지 모를 무서운 이야기의 소재를 가지고 현대적인 의미의 교훈 또는 메세지를 담고 싶었던 제작진의 욕심에 있다. 그렇다. 귀신보다 이를 만들어 낸 인간이 더 무섭다. 물론 실제로 연기에서도 그랬다. 새얼굴에 가까운 원귀역의 고정민의 원귀의 연기도 좋았지만, 무당을 소화해 낸 조은숙의 연기가 더 무서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억지로 이끌어낸 결말과 담고자 하는 메세지가 맞지 않으니 그 불협화음은 생각보다 더 컸다.
아마도 예전의 전설의 고향이었다면, 원귀는 자신의 아이는 죽었을 깨닫고 연화를 놓아주고 반성하면서 끝났을 것이다. 이미 원귀는 자신을 죽게 만든 두 사람에게 복수를 한 상황이니 그만 용서해 줄 법도 한데 원귀는 끝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결국 자신의 아이를 죽게 만든 아이까지도 죽게 만든 끝까지 비정한 원귀가 되어 버렸다. 잘못을 저질렀던 윤씨 마저도 죽음으로 죄를 씻었다고 느끼게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내 아이가 귀하고 소중하면 남의 아이도 귀하고 소중하다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다면, 내 아이는 없지만 살아있는 아이는 살려야겠다가 되어야 미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청산가자 속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 있었던 것인지 아직도 의문 스럽다. 영아살해의 카니발리즘이라는 불편한 소재에 해학은 물론 미담도 없고 그렇다고 권선징악도 없었던 전설의 고향 아가야 청산가자 편은 충분히 그 소름끼치는 소재로 인해서 무서웠지만, 산만한 이야기 구조와 어이없는 결말로 인해서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오랫만에 보는 때깔나는 미술과 영상 및 세련된 연출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작품으로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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